서비스의 실수

“서비스에는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완벽할 수 없죠. 그런데 손님이 블로그에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얘길 올리면 저흰 항변할 데가 없어요. 딱 한 번 실수한 것이지만 늘 서비스가 엉망인 식당처럼 보일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그런 일 때문에 매상이 뚝 떨어지는 식당도 봤습니다. 회복할 기회가 없는 거죠.”

보니 식당 하소연만 대변하는 기사로구나. 그런데 저 말은 좀 우습다.

물론 서비스에는 실수가 있다. 그날 종업원 컨디션이 안 좋거나 업무에 익숙치 않아 실수 연발일 수 있다. 손님에게 부러 신경질 부리는 것만 아니라면 바쁜 참에 벌어지는 소소한 실수 쯤이야 사람인 이상 이해해 줄 수 있다. 헌데 말이다..
서빙하다 접시 좀 깬 거 가지고 손님들이 식당을 씹어댈까. 실수로 포도주 엎질렀다고 평점 제로로 매길까. 혼잡한 통에 주문 바꿔 가져왔다고 서비스 불량이라고 함부로 단정하겠나.

문제는 실수가 아니라 실수 이후의 대응이다. 서비스 정신을 품고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대응은 그 시점부터 갈라진다. 실수를 처리하기 위해 보여주는 자세에 대해 손님 심기가 오락가락하는 것이지 실수 자체로만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니란 거다. 실수는 운 나쁜 한번일 수도 있지만 사후 대응은 그 식당이 평소 지니고 있는 서비스 마인드를 보여준다.
그러니 저건 순전히 변명이다. 뭔가 찔린 자들의 어설픈 변명..



쌀국수 집이 있다. 좀 비싸긴 해도 그 집 쌈 맛이 좋은 편이라 가끔 간다. 그날도 내 동생들 둘이 그 집에서 식사했다. 헌데 남동생이 신발을 잃어버렸다. 종업원이 잘 챙겨 넣었으니 바뀔 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종업원이 손님들에게 신발 내주면서 착각했던 거다.
동생 신발이 값비싼 수입품은 아니지만 국내 중견 브랜드 제품이니 허드레 물건 가격은 아니다. 먹은 값의 몇 배 되는 거라 변상하기 아까운 맘은 누구나 가지곤 있으리라 본다. 근데 말이다.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까요..란다.

니가 알아서 해결책 제시하시라? 안 그래도 어쩔 바 모르고 있는 고객에게 난감한 결정까지 떠안기는 식이잖아.
전적으로 자기들 잘못이니 신발값 보상받는 건 상식일게다. 근데 오래 신은 헌 신발 대신 새 신발 값 다 물어내라는 건 당한 입장에서도 선뜻 꺼내기엔 껄끄러운 말이다. 그렇다고 남의 발에 닳고 닳은 신발 신고 가는 걸로 끝내기는 영 고약하다. 신발 잃어버린 것도 불쾌한데 십여 분 이상을 찾느니 마느니 하며 손님 입구에 방치해놓고, 이젠 자기들이 어째줬으면 좋겠냔다.
어찌해드리긴 뭘 어찌해. 시간 소비에다 사람들 오락가락 하는 속에서 욕 뵈게 만든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하면 다 해줄 텨?

대체 어떻게 해줘야지 니가 만족하겠냐..뉘앙스가 딱 이거였단다. 정중한 사과 자세라기보단 제 입장 곤란함만 어필하는 낌새에 동생이 바로 대답 안하자, 종업원 시켜 계속 찾는 시늉 내면서 주인은 다른 손님들부터 바쁘게 맞이하기 시작했단다. 일단 다른 신발 신고 가셔서 찾으면 연락주겠다거나, 찾지 못하면 보상하겠다거나,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가타부터 말조차 없었단다. 껄끄러운 상황 회피하고 보자는 행태에 불쾌감이 스며들던 차, 다행인지 처음 신발 바꿔 신고 간 손님이 다시 돌아와 그렇게 사건은 종결지어졌다.

제대로라면 식당 주인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어쨌건 이 경우는 식당측이 가해자다. 가해자로서 최선의 대안을 궁리했어야 맞다. 손님이 맘대로 벗어둔 것도 아니고 순전히 자기들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만큼, 제대로 된 서비스 마인드라면 전액 물어주겠다는 각오까지도 미리 하고서 대응했어야 한다. 잘못한 이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고, 피해자인 고객에게 그에 대한 대답을 듣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제대로인 게지.

그런 소리 튀어나온 심적 배경은 알만하다. 어찌 조치는 해야겠는데 물어주자니 영 돈이 아깝다. 솔직한 내심은 손님이 제풀에 지쳐 포기하고 돌아가주면야 가장 좋겠다 싶다. 평소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지 않으니 돌발 사태에 저도 꽤 당황했을테고, 걸러지지 못한 속 심사가 적나라하게 튀어나온 거다.

그 식당으로선 어쩌면 정말로 단 한번의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 따위 후속 대응으로 인해 그 식당의 대 고객 서비스는 우리에겐 형편 무인지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by gaya | 2007/07/19 23:05 | 세상 속으로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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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gaya.egloos.com/1605157이런 일도 흔하게 있죠.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들 중에 신발은 손님이 챙기라고 하는 곳도 있고,신발 분실은 고객 책 ... more

Commented by 전설의실버팽 at 2007/07/19 23:27
그 식당 평가와 관련한 블로그 기사를 꼬집으신건가요? ㅇㅇ
Commented by 오우거 at 2007/07/19 23:34
뭐 식당들은 그 과정 전체가 실수라고 잡아 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Commented by gaya at 2007/07/20 00:09
전설의실버팽 // 맞긴 한데 기사 자체를 꼬집는다기 보단 저 징징거리는 게 좀 웃겨서요.

오우거 // 제대로 된 고객대응으로 감동 주면 망할 일도 없을거라 봅니다. 꼭 작은 돈에 인색하다가 큰 걸 놓치죠.
Commented by dotcat at 2007/07/20 00:43
안녕하세요. .cat입니다.
늘상 구경만 하다 글 남깁니다. 별로 안 좋은 내용이지만(.....)

모 마이크로 블로그?의 운영진은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니까 '미흡한 점 사과드립니다.'까진 좋은데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더군요. 문제 발생이 어느 사용자의 이상한 짓으로 발생하긴 했지만 저런 대응을 보고 참 어이없었습니다.
뭐 그걸 성토하자는건 아니고 서비스업이란 여러모로 어려운거구나(+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Commented by 시키 at 2007/07/20 02:41
매니저먼트 교육중에 "손님이 깜짝 놀랄만한 요소를 준비해라"라는 얘기가 있지요.

한가지 예를 들면 뭔가 실수가 있어서 손님이 불쾌하게 될 경우가 생기면 오히려 그 손님이,

"우와, 그야 물론 자기네가 실수한거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놀랄 정도로 보상을 해주면 오히려 그 손님은 가게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겠지요.(물론 위의 얘기는 단순히 보상 얘기만을 하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만)

한순간 돈 몇푼 나가는게 아깝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일이 한번 두번 겹쳐서 '저 집은 서비스가 훌륭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에게 더욱 이익이라는 사실을 좀 알아주었으면....싶습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07/07/20 09:07
...서비스업 그거 매우 어렵죠... 물론 그 식당 측에서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요.
(사실 지금 일하는 데가 서비스업이기는 합니다. 오지게 힘들기는 하지만서도, 조금만 신경쓰면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


뭐 그래도... 조그만 거 가지고 크게 떠들어대는 일부 사람들과 그거에 영합하려는 사람들이 문제기는 합니다만..
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7/07/20 14:46
저도 사소한 거는 넘어가주는데 이 인간들이 정말이지....
Commented by sigycat at 2007/07/21 12:18
맞습니다. 실수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고객입장에서 성의껏 해결해 주려는 의지부족이 문제겠죠.
Commented by gaya at 2007/07/25 18:48
dotcat // 안 어려운 일이 어디있겠습니까만 맘만 새로 먹으면 180도 이미지 바꿀수 있는 게 식당 서비스라 생각하니까요.

시키 // 그래요 바로 그걸 바라는 거라구요. 당장 나가는 손해라고 보면 안되죠. 감동한 한 손님이 그 몇배의 손님을 몰고오게 되는 겁니다.

Allenait // 고충 있으실 줄 잘 압니다. 무개념한 업주만큼이나 무개념한 고객들도 많으니까요. 허나 결국은 성심 아닐까요. 따스한 맘은 닿는 법입니다.

더카니지// 열 받게 했죠. 쌈 먹을 식당이 거기뿐이냐.

sigycat // 실수 하나로 펄펄 뛸 밴댕이 소가지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업주의 성의부족으로 속을 상하게 되는 거지요. 감동적 대접을 한탕거리로 여길 무개념이 얼마나 있겠어요.
Commented by 악튜러스 at 2008/06/22 10:05
에셀님 저 이카라^^;;
진짜 오랫만이에요..어디다 글을 남겨야 할지 하도 오랫만에와서..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남기네요.

슬레이어스 레볼루션 나온다길래 기뻐서 ㅋㅋ
~에에..어쨌든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거죠?


위의 글 읽어보니..서비스는 평생 받기만 하는 입장도 될 수 없거니와 그걸 업으로 삼는 사람도 서비스라는걸 자주 받을텐데..그걸 통 잊는단 말이에요..
사회생활에서 일하는거 자체가 서비스의 연속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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