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트..서티 데이즈

갇힌 채 줄곧 눈앞의 상황만 수동적으로 담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나마 한 조각 희망은 품을만 했다. 많이 본 바가 없으니 처한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도 짐작할 수가 없고, 그리 제한된 공포속에서는 섣불리 절망부터 하기보단 먼저 구원에 매달려보려는 것이 사람이다. 종교이건 탈출이건.....
주인공의 비극은 너무 많이 본 때문이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분명 칭송받았을 과단성과 의지가 여기선 오히려 주인공을 수렁으로 몰고갔다. 판타지에서 인간의 최선은 보답받지만, 현실에서 인간의 최선이 반드시 보답받는 일은 적기에, 이처럼 현실성만 지독히 추구한 영화에서의 행동력과 적극성이란 건 기대만큼의 바람직함은 아니었던 거다.

경험 부재란 것은 공포만이 아닌 의구심도 함께 선사하기 마련. 의구심은 근거없는 희망을 붙든다. 그리 많은 것을 보지 않았으면 그 희망으로 자신들의 절망에 대해 한번쯤 회의하면서, 실체가 눈으로 보일 때까지 기다려 볼 생각은 했을수도....
허나 주인공 일행은 이미 너무 많은 걸 보고 말았던 거다. 온 세상이 완벽한 나락에 빠졌다고 결론짓기에 충분할 정도로...
허다한 경험들이 호기심조차 날려서 철저한 절망감만 예감시켰다. 등 뒤에서부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미지의 괴성이야말로 진짜 지옥의 강림이라 믿는데 이견조차 없었을게다. 이미 지옥을 지나치게 엿보았기 때문에...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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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켓, 스위니 토드, 미스트, 서티 데이즈 오브 더 나잇, 클로버필드
내리기 전에 재빠르게 질러야 할 물건너 영화 5종
현재 3종까지 관람 완료. 지금까지는 미스트가 최고임
이렇게 현실성에 충실한 영화도 드물듯. 크리처 공포 영화의 뻔한 공식을 다 깨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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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티 데이즈 ...좋았다.
식상할 법한 흡혈귀물을 이만치 쿨하게 풀어가는 것도 재주랄까. 온 동네 주민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가는 도살장을 부러 원경으로 죄다 드러내는 냉정함이 섬뜩하다. 줄곧 차고 건조한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이블데드 1과 닮아있는 듯..
첨엔 새벽에서 황혼까지의 뜨뜻한 열혈 과잉을 예상했는데 외려 전반적인 느낌은 영화 배경만큼이나 북풍한설..
많은 좀비나 흡혈귀물을 봤지만 저래 사는 게 지들 팔자니까 하는 느낌밖엔 없었는데, 이번 그놈들의 교활함은 참 죽이고플 정도로 밉살스럽더라.
그리고 마지막은.....요즘 영화 왜 이래..
미스트나 이거나..보고 난 기분 참말 찝찝하다.

P.S. 이건 줄거리나 인과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불가항력의 가혹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속에 갑작스레 내던져진 객체들의 사투에 촛점을 맞춘 영화다. 말하자면 미스트와 기본적인 시각에서 닮아있고, 고립과 그로인한 심리적 갈등이라는 설정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단지 미스트가 특정 캐릭터를 내세우기보다 인간군상과 그 광기에 치중했다면, 이건 주인공 개인의 극단적 절망과 적들의 가학성에 좀 더 치중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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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의 애호 순위

미스트 > 서티 데이즈 > 더 자켓 > 스위니 토드

이제부터 볼 것은
폭풍의 눈 클로버필드..
새로이 리스트에 등극한 점퍼..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눈길이 가는 더 게임

요즘은 왜 이리 볼만한 게 많다냐..행복해.

by gaya | 2008/01/21 19:12 | 보고읽고듣고..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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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Nameless Palace .. at 2008/01/31 18:51

... (...노코멘트)"크리처 영화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이다."라던 모님의 평이 매우 와닿더군요.괴물들의 행동도 매우 야생적이고....라스트는 정말...할 말이 없습니다. 안타깝다, 라고 할까요. 저렇게 되버리다니....정말 씁쓸하더군요.P.S&nbs ... more

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8/01/21 20:20
다른 차원의 생명체들을 보면서 크툴루 세계관의 그것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스티븐 킹 옹이 크툴루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걸 보면 무리는 아닐 듯 하더군요.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8/01/21 20:21
생각외로 물건인듯 하군요 퍼니셔 실사판에서 프랭크 캐슬을 맡았던 톰 제인이 나와서 퍼니셔의 굴욕이 되나 하는거 말고는 별 생강이 없던 영화라...
역시나 극장갈 여유가 없어서 못볼듯 orz
Commented by 오우거 at 2008/01/21 21:31
아, 퍼니셔 이번에 작품 잘 맡았군요! 덕분에 퍼니셔 2도 좀 살아날 듯 보입니다.
Commented by ZeroDevice at 2008/01/22 01:28
... 저 리스트 중 서티 데이즈 는 빼셔도 괜찮습니다. --;
Commented by gaya at 2008/01/22 02:15
더카니지 // 확실히 그 생물들 쿨한 느낌이더군요. 특히 마지막 그 거대생물체..

서티 데이즈 오늘 봤는데 기대보단 괜찮았어요. 결말 짠하고..실은 조쉬 하트넷 팬..
Commented by 필유 at 2008/01/23 00:10
30일...이랑 미스트, 같은 날에 봤는데 두 편 다 꽤 괜찮았어요. 미스트 후반부의 그 커다란 녀석... 정말 압권이었죠. 절망을 넘어 경외에 가까운 그런 느낌, 좋았어요.
Commented by N. at 2008/01/23 12:03
30일... 속편 만들어질까요?
원작만화에서는 이후 스토리가, 여자가 죽은 남자 살려내는 얘기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8/01/23 18:24
둘다 그쪽 장르 작품 치고는 굉장히 괜찮은듯하군요. 소재에 대한 전개가...
Commented by gaya at 2008/01/23 19:12
오우거 // 퍼니셔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좋아하시나 봅니다. 배우 연기는 무난했어요. 비극의 주인공치곤 다소 웨스턴 스타일이긴 하지만..^^

ZeroDevice // 실망하셨나 봐요. 미스트와 함께 평이 극과극으로 갈리는 영화라서 그럴 것 같습니다. 단지 제 취향이긴 했어요.

필유 // 저도 좋았습니다. 그 거대함 만큼의 무심함이 환상적이더군요. 이 계열 필까지 느껴지니 말이죠...

N. //에구구 그런 얘긴 안 만들었음 좋겠는데요. 깨끗이 끝내는 게 좋지 뭘 미련 군더더기까지..

제목없음 // 둘 다 괜찮았어요. 정작 기대했던 스위니토트는 생각보다 밋밋했는데 기대도 많이 안했던 것들이 엄청 선전했음..
더 자켓은 사랑 얘기..나비효과같은 박진감은 덜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Commented by 애드맨 at 2008/04/23 13:08
저는 미스트 > 서티 데이즈 > 더 자켓 > 스위니 토드 > 클로버필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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